언제나 모임 때 나는 사진 장비가 들어 있는 가방을 둘러매고
모임 장소로 향하는 나는 조금 속상했다.
나도 여자데 처음 보는 친구들도 많은데
얼굴은 못난이지만
치마 입고 예쁜 다리 내 놓고 폼 잡고 가고 싶은 마음 누가 알까
언제나 청바지에 운동화였지만…….
카메라를 손에 쥐는 순간 저절로 얼굴엔 철판이 깔린다.
내 언제 다시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음에도
가식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는 장소에 와볼 수 있을 것이며
사진에 담아낼 수 있을까.....
그때부터 나는 요리조리 행사장을 누비고 다녔고
연신 렌즈를 갈아 끼워 가면
친구들을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내성적이고 사람 사귐이 서툴러 혹여 모임에 가면
저편 구석에서 꿀단지나 끼고 앉아 있던
평소의 내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뻔뻔스럽게 이죽거리는 영아가 그 자리에 있었다.
주인장의 인사부터 맛난 음식과 광란의 도가니를 거쳐
(모임에 오지 않은 친구들을 위해 이 말을 필히 쓰고 싶었음. 배 아프라고ㅎㅎㅎ)
친구 여가 울려 퍼지는 행사장에 나는 마음껏 식장을 헤집고 다닐 수 있었다.
그동안 보잘것없는 내 사진에 많은 친구들이 내게 감사의 말들을 남겨 놓았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이, 친구들이 고맙다.
내 앞에서 한방 박아(ㅎㅎ) 달라고 부탁한 친구들이 더 고맙고
내 요청에 별다른 거부 없이 포즈를 잡아주던 또 다른 친구들이 정말 고맙다.
그리고 힘들게 포즈를 취해 주었음에도
어! 내 사진은 왜 없는 거야?- 라고
말할 친구들에겐 아직 내 취미가 셔터를 누르는 대로
그럭저럭 괜찮은 사진을 뽑아내는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요즘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나는 내가 올린 사진들 속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웃기도 하고(ㅎㅎ) 찡그리기도 한다(왜 이렇게밖에 못 찍었을까?)
다음에 좀 더 잘 찍어야지 다짐도 한다.
그런데 언제나 내 사진은 없다.
나도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데
사진도 없지만.....
사진을 찍다 보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친구들과 대화를 못해
친구들과 친해질 수가 없었다.
늘 카메라 뒤에 영아는 숨어있어야 했다.
카페라는 곳을 처음 알고부터 우리 가족 외 순방 친구들만 찍었다.
네이트 순방에서 3년 다음으로 이사 와 7년째
10년이라 세월 속에 날 좋아해 주는 친구가 없는 것 같다.ㅠㅠㅠ
그러나 나는 다시 사진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비록 너희들과 대화도 못하고 어께 동무하고 놀지도 못했지만
그 순간에 나도 함께 있었다는 것만이라도 행복 헤노라고
그리고 그동안 정들었던 친구들이 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