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바닷가....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장에 인적은 없고
새들이 놀다간 흔적만 희미하게 남아있는 그런 외진 곳에
백발이 하얗게 내려앉은 노부부가 살고 있어요.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야할 일도 없는 인생의 끝에서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눈을 마주하며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는 그래도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기러기 울어대는 바닷가에 소소히 나아가
아무 욕심없이 내려놓은 낚시줄에
세월의 무상함을 그대로 실어 떨어지는 해를 보며
그나마 보람되었다고 서로에게 다정한 눈빛으로 말해주며 있지요.....
어느 영화의 한장면이냐구요?
네.... 나의 마음속에 언제까지나 이루지 못하는 바램으로
자리잡은 풍경이랍니다.
이러한 장면을 영원히 소망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서글픔을 돌아보면 그 끝에 항상 아버지가 걸립니다.
불면 날아갈까 놓으면 깨질까. 금이야 옥이야 키우셨는데...
왜 오늘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하고 싶은걸까.
결혼 6개월째 나는 아버지에게 이혼을 하겠다고 했는데...
우리 아버지 말씀...
"너 아직도 순결을 지키고 있으면 이혼해...
그리고 부모 형제앞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이혼해" 하셨다.
여자의 정조는 생명보다 더 소중한거라고 누누이 강조하시며
가슴에 못이 박힐 정도로 하신 말씀...
열녀문도 안세워주는 세상으로 변했는데
어릴적 그 말씀은 돌바위에 세겨놓은 듯이 변치않고
내가슴에 처음 그모습 그대로 찍혀져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정조, 동정을 서로 나누고 한평생을
함께 한다면 그야말로 축복이요. 성공한 삶이겠지만...
서로 사랑하다 헤어지면 여자는 상처를 받는 것보다
더렵혀진 몸이라고 스스로 단정할 수밖에 없도록 아버진 가르치셨다.
밥 먹듯이 이혼하는 요즘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들한테 용기있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박수갈채라도 보내야 하는지?
아버지가... 가르치신대로 가정을 지켜야만 한다고
이혼은 절대 안된다고 충고라도 해야하는지?
여자는 한남자로부터 관심과 배려속에서 살 수 있다면
나는 그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환상을 깨버렸답니다.
40대 후반에 난 바람이 나고 말았다.
인터넷 바람 ㅎㅎㅎ
인생에 내려막길에 서있는 내게 왜 이런 말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지만.....
사랑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절대로 거스를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 .....
혹시나 누가 알까...?
타임머신이라는 기계가 나온다면.......
내가 이렇게 허공에 대고 외치는 이 한마디가
낡아빠진 구식의 말이 될지는 몰라도
사랑은 그런 것이라는 나만의 고집은
영원히 바닷가의 상상을 가슴속에 묻어버리고
되돌려 가기엔 너무나 많이 와버린 인생의 종착역에서
나에게 들려주는 비수보다 강렬한 칼이 되어 가슴을 찌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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